아이와 함께

5분 브로콜리 무침 레시피, 까다로운 아이가 사랑한 채소 이야기

캥거루

2024.12.13

"브로콜리 먹기 싫어!" 아이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일 거예요. 특히 미각이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매일 저녁 반찬을 고민할 때마다 한숨부터 나오기 마련이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작은 실험들로 만든 우리집만의 레시피가 있어요. 4분도, 6분도 아닌 정확히 5분이 만든 기적, 아이가 매일 찾게 된 브로콜리 무침 레시피와 까다로운 미식가와 서툰 요리사가 함께 성장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까다로운 미식가 아이와 요알못 부부

신생아 시절부터 7세 초반까지 잘 먹지 않았던 우리 아이. '배가 고프면 다 먹는다'는 흔한 육아 조언은 우리 아이에겐 통하지 않았어요. 입에 안 맞는 음식은 굶어도 먹지 않았고, 원치 않는 식재료가 들어간 음식에는 구역질까지 하는 예민한 미식가였죠.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은 우리 부부 모두 요리를 잘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어요. 남편의 특기는 라면과 김치볶음밥, 저는 계란 볶음밥과 된장찌개가 전부였죠. 계량컵을 들고 과학 실험하듯 만든 요리는 늘 애매모호한 맛이었고요.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유아기에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는 양육자로서의 의무와 까다로운 아이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에는 솜씨가 영 부족한 힘 빠지는 현실 사이에서 초보 엄마는 늘 헛다리를 짚곤 했죠.

전환점이 된 새우볶음밥

그러던 어느 날, 4세 후반, 유치원 입학 추첨 시기에 만난 아이 친구 엄마를 통해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었어요. 평소 새우만 보면 도망가던 아이가 새우볶음밥을 맛있게 먹었다는 것. 아이 친구 엄마로부터 새우볶음밥 요리법을 전달받으면서, 똑같은 식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잘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선물처럼 배웠어요. 그리고, 우리집 아이를 그저 ‘잘 먹지 않는 아이’로만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미각이 예민한 아이’라고 제대로 정의를 내릴 수 있었죠. 그리고, 주양육자로서 요리를 엄청 잘하지 못해도 아이의 입맛에 맞는 조리법을 발견하기만 하면 일정 부분 해결이 되는 문제라는 가능성도 새로 발견할 수 있었어요.

섬세한 레시피의 발견

그 후로, 나중에 아이 입맛에 맞는 요리로 레시피집 하나를 만들어 물려주겠다는 마음으로 매 끼니마다 작은 실험을 하게 되었어요. 브로콜리 찌는 시간을 4분, 5분, 6분으로 달리하며 아이의 반응을 살피는 등의 실험은 남들에겐 사소해 보일 수 있는 1분의 차이가 우리 아이의 식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였죠. 늘 하는 집밥 요리에 약간의 섬세함을 더하는 일이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로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었어요.

요리 평론가로 성장한 우리 아이

이제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아이. 여전히 까다로운 입맛이지만, 라면만큼이나 엄마표 집밥을 사랑해주고 있어요. 요리의 맛을 평가하고, 부재료를 맞추는 게임을 하며, 다음 요리를 함께 궁리하는 든든한 요리 평론가로 성장해주었답니다.